1997. 10


“교육 정보화”와 조선왕조실록 CD-ROM


김   현

서울시스템 이사,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


  우리 민족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제정되게 된 것은 우리 민족의 기록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의 전통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것의 국제적인 선양을 위해 노력한 분들의 힘으로 얻어진 결실이다. 이제는 이 “조선왕조실록”을 오늘날의 문화 창조에 접목시키는 길을 모색하는 데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것은 더 이상 인문학자들만의 과제는 아니며 정보화 정책 입안자들이나 정보 기술의 전문가들이 다같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지나간 날의 유물로만 간직한다면 그것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데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 문화 유산의 가치와 중요도는 현재를 기준으로 평가되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세계제일의 기록문화를 간직했던 민족이 오늘날에 와서는 그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과거의 우수성이 도리어 현재를 비하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정보화 교육은 컴퓨터와 정보 통신이라고 하는 지식과 정보 교환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과거 우리가 누렸던 우수한 기록 문화의 저력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데 그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의 정보화를 학생들에게 컴퓨터 조작 기술을 가르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컴퓨터 조작 기술은 그것을 이용하여 지식과 정보를 능률적으로 다루고 창조적으로 재생산하게 하는 진정한 정보화 교육의 입문 과정일 뿐이다. 진정한 정보화 교육은 우리의 2세들로 하여금 정보 통신의 새로운 매체들을 통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

  그러한 개념의 올바른 정보화 교육은 어떻게 시행되어야 하는가? 우리의 2세들로 하여금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 우리의 선조들이 쌓아온 찬란 기록 유산을 직접 접하는 가운데 그 정신과 노력을 계승하는 동기 부여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의 기록 문화 유산을 첨단 정보 기술과 접목시킨 문화 정보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풍부한 문화 유산이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의 계발에 창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의 “세계기록문화유산” 지정은 “조선왕조실록 CD-ROM"이라고 하는, 현대 정보 상품 중에서 유례가 없는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기록 유산을 소재로 하고, 여기에 가장 진보한 컴퓨터 응용 기술을 접목시킨 이 데이터베이스는 정보화 교육을 위한 가장 적절한 교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생들은 이와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탐색함으로써 컴퓨터와 정보 기술의 진정한 용도를 알게 되고, 우리 기록 문화의 저력에 고취되어 그것의 새로운 응용을 모색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조선왕조실록 CD-ROM은 그것이 갖는 학술적인 의의 이상으로 정보화 교육 교재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된다. 정책 당국자들이 입안하고 있는 교육 정보화 시책 중에는 조선왕조실록 CD-ROM과 같은 우수한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다른 정보 자원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수준의 우수한 정보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문화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개발을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